11일 정부가 세월호 실종자 수중수색 작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4월16일의 그 끔찍한 참사가 일어난 지 209일 만이다. 전날 실종자 가족 대책위는 수중수색 중단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실종자를 모두 찾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달 29일 295번째 희생자를 찾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결국 9명의 실종자를 남겨둔 채로 수색을 끝냈다.
정부가 중간에 손을 들고 말았지만,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최근 들어 기상 악화로 수색작업을 하지 못했고 겨울이 다가오면서 해상 여건이 더 나빠지고 있다. 선체 안 격실의 붕괴 위험이 커진 것도 수색을 어렵게 했다. 수색을 맡은 민간업체는 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종자 가족들이 이날 “가장 중요한 것은 잠수사들의 안전”이라며 혹시라도 수색작업 도중 또다른 희생자가 날까 염려해 수색 중단을 요청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실종자 가족들이 그동안 겪은 고통과 앞으로도 겪어야 할 고통을 생각하면, 이들이 수색 중단에 동의한 것은 크나큰 결단이 아닐 수 없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참사 이후 209일은 장이 수십 토막으로 끊어지고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시간이었으리라. 실종자 가족들은 그 고통을 “실종자들이 발견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그렇게 진도를 떠나는 슬픈 현실이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표현했다. 자식의 주검을 찾은 사람이 부러웠다는 이 역설적인 말에서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의 크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내 가족을 찾아 품에 안고 한없이 목놓아 울고 싶은 희망 하나로 이 고통스런 삶을 견뎠다”는 피맺힌 절규를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한다.
실종자 수색 중단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우선은 세월호를 안전하게 인양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실종자 가족과 협의해 인양을 위한 실무기구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혹시라도 정부가 약속을 흐지부지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11일 현재 단원고 학생 4명, 교사 2명, 일반인 승객 3명이 바닷속에 남아 있다. 가족들은 아직도 실종자를 찾을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인양 과정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선체는 그 자체로 사고 원인을 밝혀줄 증거이기 때문에 훼손 없이 인양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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