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핵심 책임자인 이준석 선장에게 징역 36년이 선고됐다. 법정 최고형이라지만, 살인죄는 인정되지 않고 유기치사죄가 적용된 결과다. 다른 선원들에게도 승객에 대한 살인죄는 무죄인 채 징역 5년에서 30년까지 선고됐다. 법원으로선 엄벌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너무도 어이없이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유족들의 말대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지켜야 할 이들이 그 의무를 저버리고 자기 목숨만 구하자고 수백명을 희생시켰다면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엄하게 단죄하는 것이 마땅하다. 승객을 내버려둔 채 도망친 선원들의 행위가 살인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냐는 유족들의 울부짖음도 공감되는 바 크다.
재판부의 판단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재판부는 선장과 선원들이 구조를 기다리는 승객들을 대피시키지 않아 결국 죽게 한 것은 유기치사죄에 해당하지만, 승객들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용인했다고 볼 증거까진 없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당시 선장이 퇴선 지시를 했고 해경의 구조활동이 시작됐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법원은 다친 동료 승무원을 방치한 채 해경에도 알리지 않은 기관장에게만 동료에 대한 살인죄를 인정했다. 이런 판단이 법적으로는 일리가 있을지라도, 실제 사실관계가 선장 등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도무지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였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항소심에서 좀더 엄밀한 판단이 있기를 기대한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은 선장과 선원들에게만 물을 일이 결코 아니다. 판결대로 세월호 사고는 복원성이 악화한 상태에서 조타를 잘못해 걷잡을 수 없이 기울어지고 침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온 국민이 뻔히 보는 앞에서 한 사람도 추가로 구조해내지 못하고 304명을 고스란히 희생시킨 대참사로 이어진 것은 부실한 구조 등 국가가 제 기능을 못한 탓이다. 사고 이후 구조에 실패한 과정과 이유를 낱낱이 밝혀 그 책임을 함께 엄하게 묻지 않는다면 선장과 선원 등을 엄벌한다 한들 결국 반쪽에 그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진상규명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해경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 등 남은 재판에서 왜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등을 확실히 규명해야 한다. 정부 재난대응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도 앞으로 구성될 진상조사위와 특검에서 밝혀내야 한다. 그런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있도록 끝까지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