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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쌍용차 노동자 고통 외면한 대법원의 ‘좁은 눈’

등록 2014-11-13 18:34

5년여의 고통을 참아야 했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기다림이 허망하게 꺾였다. 대법원은 13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정리해고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회사 쪽 주장만 받아들이고, 노동자들의 고통에는 귀와 눈을 닫은 판결이다. 이미 가슴에 굵은 대못이 박힌 노동자들을 어떻게 위로할지 암담할 뿐이다.

2009년 쌍용차 대량해고가 유효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다. 법률적으로 정리해고가 유효한 것으로 인정받으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함께 회사가 해고를 피하려는 노력을 다했어야 한다. 대법원은 쌍용차가 정리해고에 앞서 부분휴업·임금동결·순환휴직·희망퇴직 등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다며, 정리해고 두 달 뒤 실시한 무급휴직 조처를 해고 전에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순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해고는 노동자의 생계를 끊는 것이기에 가장 마지막에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해야 마땅하다. 정리해고 두 달 뒤 무급휴직을 할 수 있었다면 정리해고 때도 충분히 가능했다고 봐야 한다. 무급휴직이나 일자리 나누기는 고용유지를 전제로 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시도도 하기 전에 해고의 칼을 휘두른 것이 어떻게 ‘노력을 다한 것’이라는 말인가.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때문이라는 대법원의 판단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당시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에 더해 신차 출시가 어려워지고 기존 차종의 매출이 감소하는 등 구조적 경영위기였다고 봤다. 하지만 당시 쌍용차는 보유 부동산이 3000여억원에 이르는 등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단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다는 게 항소심의 판단이다. 실제로 쌍용차는 정리해고 두 달 뒤 부동산을 담보로 1300억원을 대출받았다. 또 항소심은 당시 쌍용차가 회계보고서의 손실액을 부풀려 재무상황 악화를 과장했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회사 쪽 추정이 다소 보수적이라도 합리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정반대 입장을 밝혔다. 법리 적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법률심인 대법원이 항소심에서 마쳐야 할 사실인정의 문제까지 굳이 손을 댄 것도 의아한데, 그 판단까지 일방적으로 회사 편이었다.

정리해고 뒤 25명의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이 목숨을 끊었다. 해고가 노동자에게 사형선고와 같다는 말은 그저 말에 그치지 않는다. 그 참담한 현실을 당연한 일이라고 억지 논리로 외면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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