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오만방자한 언행이 끝날 줄을 모른다. 이번에는 국회에서 행패에 가까운 소동을 벌였다. 정권 핵심이 뒤를 봐준다는 마음이 없으면 저지를 수 없는 짓이다.
박 보훈처장은 13일 보훈처가 신청한 장진호 전투에 참여한 미군 기념비 건립 예산 3억원이 정무위 예산심사소위에서 전액 삭감되자, 정우택 정무위원장을 찾아가 고성을 지르고 서류 뭉치를 내팽개치는가 하면 탁자를 내려쳤다고 한다. 보훈처는 이 예산으로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 기념비를 세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장진호 전투 관련 기념비는 미국에 이미 3개나 있다. 그러잖아도 세수 부족으로 꼭 필요한 복지예산도 쓰지 못해 초등학생 무상급식이 중단될 판인데, 또 기념비를 세우겠다며 행패를 부리는 것이 나라 전체를 생각해야 할 고위 공직자에게 어울리는 행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처장은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을 찾아가 극우 논란을 일으킨 나라사랑교육 예산의 증액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가 자기 덕분인 양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나라의 군사주권을 포기하는 일에 힘을 썼다고 자랑하는 보훈처장을 제대로 된 나라의 공직자라고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라사랑교육은 극심한 이념편향적 내용도 문제거니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강연을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지난해 국회에서 난타를 당했다. 이 때문에 박 처장은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나라사랑교육은 바로 폐지해야 할 국론분열 교육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또 예산이 늘어 수십억원이 편성돼 내년에도 계속하게 됐다.
박 처장의 몰지각한 행태는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세월호 참사가 난 직후인 5월에는 “우리 국민은 큰 사건만 나면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런가 하면 보훈처가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북한과 연계된 것인 양 몰아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 처장이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믿는 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 처장은 2007년 박근혜 대선 후보 경선 캠프에서 활동한 사람이고 ‘박정희 칭송’을 하고 다닌 사람이다. 그 덕인지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도 보훈처장에 이례적으로 유임됐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회마저 우습게 아는 박 처장의 행태는 결국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좌충우돌 인사의 몰지각한 언동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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