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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민과 국회를 ‘봉’으로 여기는 FTA협상

등록 2014-11-17 18:30

중국에 이어 뉴질랜드와의 협상이 타결돼 우리나라가 14번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게 됐다. 나라 수로는 모두 52개국에 이른다. 정부는 관세를 물지 않거나 낮게 물면서 교역을 하는 ‘경제 영토’가 대폭 늘어나게 됐다며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협정 내용은 물론, 협상 진행방식을 살펴보면 문제가 많다. 정부의 지나친 비밀주의 탓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마저 구경꾼 처지로 전락하고 만 게 현실이다. 시쳇말로 ‘봉’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해도 그르지 않다.

자유무역협정은 산업과 집단별로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장기적으로는 나라 경제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단기와 중기에 걸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농업과 농민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과 집단이 집중적으로 손실을 볼 수 있다. 이는 그간의 경과가 잘 말해준다. 그런 만큼 정부가 전체 국민과, 피해가 예상되는 집단에 협상 진행과정을 제때에 알리고 의견을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적어도 국회에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17일치 <한겨레> 기사를 보면, 정부는 “진행중인 협상이라 말하기 어렵다”며, 국회 소관 상임위원장의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에 관한 자료 제출 요구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았다. 시간이 꽤 흐른 뒤 내놓은 자료조차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달랑 200자 원고지 3장 정도의 분량에 뻔한 답변을 했다. 상임위원장한테 이럴진대 일반 의원들이야 더 말해 무엇할까 싶다. 이런 상태에서 통상절차법에 따라 의원들이 협상과 관련해 걸맞은 의견을 제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정부도 할 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상대방과 협상중인 내용이 알려지면 불필요한 논란을 낳고 자칫 협상이 깨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설령 그런 면이 있다고 해도 정부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협상은 정부가 알아서 잘할 테니 국회와 국민은 결과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니 말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정부는 협상 내용이 일부 공개돼 논란을 빚더라도 그것이 결국 협상력을 높이고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협정으로 손실이 예상되는 집단의 의견을 충실하게 듣고 협상에 반영하는 것은 무엇보다 앞서야 할 원칙이다. 그런 노력을 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 이후 빚어진 것과 같은 사회적 갈등의 분출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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