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은 신혼부부 임대주택 정책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연일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 정치의 저급한 토론 문화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난다. 건강하고 생산적인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정치 공세와 말꼬리 잡기만이 난무한다.
초점이 빗나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새누리당이 신혼부부 임대주택을 ‘공짜 집’으로 몰아세우면서다. 임대주택에 ‘무상’이라는 딱지를 붙인 뒤 “복지 포퓰리즘의 종결자” 따위의 융단폭격을 퍼부은 것이다. 보수언론들도 이런 ‘왜곡된 의제’를 확산시키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사실 새정치민주연합의 신혼부부 임대주택 정책은 시기나 추진 방식 등에서 설익은 감이 적지 않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의 재원 조달 문제도 해답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른 복지 의제를 들고나온 것부터 별로 적절치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이라는 구호도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이를 ‘공짜 집’으로 둔갑시켜버린 것은 국민을 완전히 오도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구상대로 세입자들에게 월세 70만~80만원을 부담시킬 경우 소득이 낮은 신혼부부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는 반론까지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 정책은 우리 사회의 당면한 과제인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적 토론의 물꼬를 열 수도 있는 주제다. 신혼부부 주거 안정이 저출산 추세 방지에 끼칠 효과에서부터, 국민주택기금에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 또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할 경우 저소득층이나 노인, 장애인 가구 등과의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등 토론거리는 널려 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굳이 ‘공짜 집’으로 왜곡하지 않아도 야당의 제안을 반박할 내용도 많을 것이다.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은 사실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매년 12만쌍의 신혼부부에게 ‘보금자리주택’을 제공하겠다고 공약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신혼부부와 대학생 등에게 14만채의 ‘행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야당이 비슷한 정책을 새롭게 포장해서 내놓은 것도 쓴웃음을 짓게 하지만, 새누리당이 자신들의 공약은 돌아보지 않고 야당 공격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은 더욱 꼴불견이다. 말이 나온 김에 새누리당은 ‘행복주택’ 정책 추진 상황이나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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