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제3위원회가 18일(미국시각) 강한 내용의 북한 인권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압박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갔다. 이 결의안은 다음달 유엔 총회에서 통과될 것이 확실하며, 유엔 안보리의 관련 논의도 불가피하다.
이 결의안은 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 점에서 이전 결의안과 다르다. 국제형사재판소가 ‘인도에 관한 범죄’ 행위에 가장 책임이 있는 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조처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포함된다. 거부권이 있는 중국이 이런 내용의 안보리 결의안에 동의할 가능성은 없지만, 이 조항이 포함된 것만으로도 북한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명남 북한 외무성 부국장은 결의안 표결 직전 새 핵실험 강행을 내비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유엔은 2005년부터 해마다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해왔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결국 북한 스스로 이번 결의안을 유도한 셈이다. 북한이 이마저 외면한다면 인권 압박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미국 등이 자신의 체제를 붕괴시키려고 인권 문제를 제기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많은 나라는 북한의 자발적인 인권 개선 노력을 바라고 있으며, 그런 모습이 확인된다면 적절한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 이들의 선의를 수용하는 것은 북한의 앞날을 위해서도 좋다.
이제 우리나라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압박이 대결 분위기로 비화하지 않고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요구되는 것은 남북 관계 개선이다. 기본적인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진의가 왜곡되기 쉽고 나아가 인권 개선의 전제인 평화조차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국제적인 인권 대화에 부담 없이 응하도록 여건을 조성해나가는 것도 우리 몫이다. 특히 북한 핵 문제 등 한반도 관련 사안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유럽 나라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인권과는 상충하는 선군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데서 보듯이 인권 문제는 안보 상황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북한 인권의 개선을 추구하되 방법은 유연하고 다원적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건설적 역할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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