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공포된 도서정가제 개정 법률이 21일부터 시행된다. 오랫동안 혼선을 빚던 도서정가제가 이로써 미흡하나마 어느 정도 틀을 잡게 됐다. 하지만 이 법의 시행만으로 불황의 출판시장이 활성화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개정된 도서정가제의 핵심은 모든 책의 할인율을 정가의 15% 이내로 한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신간 도서는 19%까지 할인이 가능했다. 또 실용서와 초등 학습참고서는 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고, 출간 후 1년6개월이 지난 책은 분야에 상관없이 모두 정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멀쩡한 책을 실용서로 등록해 출간 때부터 덤핑 판매를 하기도 했고, 할인폭이 큰 구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됨으로써 신간 진출이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반값 할인 행사를 벌일 수 있는 극소수 대형 온라인서점으로 구매자가 몰리는 바람에 일반 중소 서점이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통계를 보면 1994년 5683개였던 지역서점은 2003년 2247곳으로 줄었고 2013년에는 1625곳으로 더 위축됐다. 새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구간과 실용서의 덤핑 판매가 중단됨으로써 시장 질서가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온라인서점의 할인공세에 목이 졸렸던 중소형 동네서점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출판시장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리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대폭 할인에 맛을 들인 도서 소비자의 구매욕구가 줄어듦으로써 시장이 더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적지 않다. 출판계는 벌써 몇 년째 불황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3년만 해도 전년 대비 7.8%나 시장 규모가 줄어들었다. 경제 전반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완만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데 반해 출판시장만은 대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출판사들이 온라인서점들의 반값할인행사 요구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한 것은 이런 어려움 탓도 크다.
이런 난국을 도서정가제 시행만으로 뚫고 나가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정부는 출판 불황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출판은 단순한 상품 산업이 아니라 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정신과 문화를 키우는 요람이다. 산업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지식창조경제의 인프라가 출판이며, 문화융성시대를 열어 가기 위해서도 출판문화의 활성화는 필수 요건이다. 출판이 서야 나라가 산다. 정부는 책임감을 갖고 출판 불황 타개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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