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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누리예산 합의에 고춧가루 뿌린 새누리 지도부

등록 2014-11-21 19:21

누리과정 예산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한 교육부 장관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 간의 합의를 새누리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뒤집어버린 사건은 현 집권세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여권 내부의 소통 부재와 엇박자, 정치의 신의성실 원칙을 무시한 정국운영, 청와대 돌격대 노릇에 급급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한심한 태도 등이 고스란히 함축돼 있다.

사실 이번 합의는 갈등이 첨예한 정국 현안에 대해 모처럼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슬기롭게 해법을 찾은 사례로 평가된다. 교육부가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순증액 5600억원을 국비로 편성하고 나머지 1조6000억원은 지방정부가 지방채를 발행해 조달한다는 방안은 일선 보육 현장의 불안과 우려 등을 고려해 나름대로 각자 조금씩 양보한 결과이기도 하다. 국정운영을 책임진 여당 지도부라면 마땅히 칭찬하고 격려할 일인데 오히려 고춧가루를 뿌리고 나섰으니 황당할 뿐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있는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으나, 이런 주장이 꼭 맞는 것은 아니다. 그가 근거로 내세우는 영유아보육법 시행령과는 달리 영유아보육법 제34조는 “무상보육 실시에 드는 비용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거나 보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무장관인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한 것은 이런 법 해석상의 논란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론일 것이다. 해당 부처보다 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여당이 오히려 허술한 법 논리를 내세워 고집을 부리니 어처구니가 없다.

김 부대표가 합의 내용을 뒤집으면서 보인 방약무인한 태도는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자기 당 대표를 지낸 부총리급 장관에게 대놓고 “장관의 월권”이라고 호통을 쳤다. 이런 오만한 태도를 보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뒤에 누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청와대가 눈살을 찌푸리자 곧바로 돌격대를 자처하고 나선 것으로 짐작된다.

중요한 것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누리과정 예산 문제의 해법을 갖고 있느냐다. 합의를 파기했다면 당연히 이를 대체할 다른 묘수를 내놓아야 하는데 새누리당 지도부는 그런 대안도 없는 것 같다. 이번 사태로 내년도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파국을 막아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파국을 조장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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