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두 문항 출제 오류라는 전례없는 사태가 현실화했다. 24일 복수정답 인정으로 당장의 논란은 일단락됐다지만, 이번 사태로 재확인된 수능 및 대입 제도의 문제점은 결코 그냥 넘겨선 안 된다.
단기적으로는 출제 오류와 난이도 조절 실패로 얼룩진 수능 출제·관리 체계부터 고쳐야 한다. 현행 합숙 출제 방식으로는 완성도 높고 난이도가 일정한 문제를 만들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 출제·검토위원 선정에서 학맥·인맥이 작용하거나 교수·교사 위원 사이에 알력이 생기는 폐단도 누누이 지적됐다. 단 한차례 시험으로 모든 게 결정되는 현행 방식은 수험생의 부담감이나 평가의 정확성 측면에서 합리적이지 않은 만큼 수능을 여러차례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나아가 수능과 대입 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 교육계에서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강도 높은 처방이 제시되고 있는 점만 봐도, 땜질식 대응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수능의 자격고사화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절대평가 성격의 국가기초학력수준 평가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수능의 영향력 축소’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하는 처방이다. 문제풀이 교실로 전락한 공교육의 황폐화와 학생들을 한두 문제 차이로 줄세우기 하는 제도의 폭력성 등에 대한 우려는 물론이고, 객관식 문항으로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할 수 없다는 본질적 성찰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분명히 해둘 것은 새로운 제도의 모색이 ‘본고사 부활’이라는 과거 회귀로 흘러선 안 된다는 점이다. 수능의 절대적 영향력을 줄이되 학생부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능력과 환경, 잠재력 등을 고려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학과 사회 전반의 각성도 요구된다. 대학들이 알찬 교육을 통해 인재를 길러내기보다는, 입시의 높은 변별력에 기대어 이른바 상위권 학생을 선발함으로써 대학 서열구조를 유지하려는 태도부터 고쳐야 한다. 그래서는 국가의 미래도 없다. 일부 기업의 채용 방식 등에서 학벌 중심주의에 균열이 나고 있다지만, 대학 서열화를 해소할 정부 차원의 단호한 대책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 및 운영체제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3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수능만 손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이참에 교육계에서 요구해온 범사회적 대입제도 개혁기구를 만들어 입시제도 전반에 걸친 장기 개혁 방안을 도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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