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심판사건의 최종 변론이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헌정사의 첫 사건인 만큼, 이르면 올해 안에 선고될 결정이 미칠 영향도 크고 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애초 제기되지 말았어야 했다. 1960년 우리 헌법에 들어온 정당해산 제도는 정당해산의 길을 터놓기보다 “정당의 자유를 좀더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됐다. 1958년 자유당 정부의 진보당 등록 취소와 같은 사태를 예방하려는 조처였다는 것이다. 헌법 분야의 유엔이라는 ‘베니스위원회’도, 위헌정당 해산 제도는 ‘민주주의의 적’을 분쇄하려는 것이라기보다 다수 정파의 권력으로부터 소수 정당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당해산 제도가 자칫 정치적 다수세력이 소수자를 억압하는 수단이 되면 민주주의 체제를 방어하기는커녕 관용과 다원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가 되레 침해된다는 인식에서다. 그래서 정당해산 제도는 “집행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럼에도 정당해산을 요청하려면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베니스위원회는 강조한다. 다른 조처로는 위험을 막을 수 없는지, 그 정당이 헌정 전복을 위해 폭력 사용을 실제 추구하는지, 그 폭력이 실질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불러오는 것인지 등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그 기준대로 통합진보당이 헌정에 대한 명백하고 실질적인 위험으로 입증됐는지는 의문이다. 법무부 주장을 봐도, 통진당 일부 구성원들의 행태와 발언은 실제 폭력과 전복의 위험이라기보다 한심하다는 조롱거리에 가까워 보인다. 통진당 핵심세력이라던 아르오(RO)도 법원에서 실체를 인정받지 못했다. 통합진보당 강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 용어라는 정부 주장 역시, 이런 용어가 오래전부터 두루 사용됐다는 점에서 억지에 가깝다. 그렇게 ‘종북’을 문제 삼으려 한다면 정당해산이 아니라도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을 터이다. 정치적 주장의 표현에 시비를 하는 것 자체가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일 수 있다.
정당에 대한 선택은 선거 등 정치적 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는 대신 국가가 해산시키겠다고 나서는 것이야말로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불신하고 배제하는 것이 된다. 헌재가 정부의 그런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다원성과 관용의 민주주의 대신 국가가 국민의 선택을 대신하겠다며 함부로 여기를 막고 저기를 누르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아가게 된다. 헌재의 이성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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