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출신의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추진해온 야당과의 ‘연합정치’(연정)가 24일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이기우 전 국회의원을 사회통합부지사로 추천함으로써 본격화했다. 야당이 맡은 사회통합부지사는 명목상의 자리가 아니라 경기도 예산의 약 4분의 1을 담당하는 복지·환경·여성가족 분야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자리라고 한다. 중앙정부에서든 지방정부에서든 여야가 권력을 공유하면서 함께 정치를 해나간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경기도의 ‘연정 실험’을 주의깊게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단 한 표만 이겨도 권력을 100% 독점하는 대통령제 아래서 연합정치는 정도가 아니며 오히려 책임정치를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은 나름의 일리가 있다. 또 거대 정당 간 연정으로 소수 정당들의 목소리는 오히려 배제될 것이란 우려에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경기도의 연정이 주목되는 건 타협은 실종되고 갈등만 증폭되는 지금의 정치상황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중간선거에서도 나타났듯이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는 대통령제의 필연적 속성처럼 보일 정도로 심각해졌다. 이걸 뛰어넘지 않고서는 교육이든 보육이든 고령화든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핵심 현안들을 해결해낼 수 없다.
그렇기에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100% 대한민국’을 국민에게 약속했을 것이다. 그러나 집권 이후 현실은 정반대다. 사회 전체의 분열과 갈등은 심해졌고, 여야 정당뿐 아니라 중앙과 지방, 청와대와 국회의 불통도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지방정부지만 서로 다른 정치세력이 타협과 협력을 통해 도정을 함께 꾸려나가는 시도를 하는 건 평가할 만하다. 경기도에서 연정이 순항하면 다른 시·도 또는 시·군·구로 비슷한 시도가 확산될 수 있다. 이미 제주도에선 원희룡 지사가 ‘협치’를 내세우고 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새누리당 서울시당과 정책 협의를 시작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협치 경험을 쌓는 건, 중앙정치에서 타협을 이루고 갈등을 조정해내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흔히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다’고 말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요즘의 사회정치 현안들을 풀어내려면 과거와 같은 독단적 결정과 밀어붙이기식 추진만으론 불가능하다. 대통령 혼자 모든 걸 할 수 없고, 도지사 혼자서 도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도 힘들다. 정치적 소통과 타협을 제도화할 수 있는 장치로 경기도의 연정이 기능하기를 기대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