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교육부가 자사고에 한껏 힘을 실어주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26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교육감의 지정 취소 권한을 축소하는 것은 물론,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교를 두둔하는 독소조항까지 담고 있다.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을 보면 자사고 지정과 취소는 교육감의 권한이다. 그런데 시행령에는 자사고 지정 취소 때 교육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들어 있고, 하위 법령인 훈령에서는 한발 나아가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었다. 하위 법이 상위 법을 제약하는 엉터리 법체계였다. 이를 인식했기 때문인지, 교육부는 규제개혁 차원에서 해당 훈령 내용을 삭제할 방침이었다. 그러던 교육부가 지난 9월 태도를 바꿔, 오히려 기존 훈령에 맞춰 상위 법령인 시행령을 바꿨다. 이번 입법예고는 그 훈령을 재확인하면서 시행규칙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이처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법령 개정은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이번 개정안에서 특목고·자사고 등의 지정 취소 자체를 어렵게 만든 대목은 교육부가 과연 ‘교육’을 관장하는 기관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하거나 학생을 선발한 사실이 드러나도 학교 관계자가 이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 또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을 때만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으니, 비리를 저질러도 어떻게든 벌금이나 경징계로 마무리짓기만 하면 봐주겠다는 노골적인 신호인 셈이다. 또 지정 목적과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해도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이나 중징계만 피하면 지정 취소를 면할 수 있게 했다. 특목고·자사고가 특단의 교육적 목적을 위해 지정된 게 아니라 그저 입시용 특권학교일 뿐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교육부가 온전히 자인한 꼴이다.
일반고 황폐화 등 여러 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사고를 유지하려면 그만한 교육적 존재 가치가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도를 넘은 ‘자사고 감싸기’를 그만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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