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사업체 노동력 조사’를 분석해 보니 지난 3분기 국내 노동자의 월평균 실질임금 수준이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보다 아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실질임금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올해 2분기부터는 0%대에 머물고 있다. 국민경제의 활력과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주된 이유가 실질임금 정체에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저조한 임금 수준에서 비롯되는 저성장의 고착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산출하는 실질임금은 지난 2분기에 전년 동기에 견줘 0.2% 증가로, 2011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0%대에 들어서더니 3분기에는 고작 0.08% 증가에 그쳤다. 실질임금은 세계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거셌던 2008~2009년 두 해 연속 큰 폭으로 감소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2007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회복은커녕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을 밑돌며 오히려 계속 둔화하고 있는 추세다.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실질임금 증가율은, 자본소득이나 기업소득보다 노동소득과 가계소득이 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가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질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줄어들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는 고용과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국내총생산이나 전체 국민소득에서 가계소득의 비중이 줄어들면 민간소비는 침체를 벗어날 수 없다. 또 민간소비 부진으로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결국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취임 초기부터 저조한 임금 증가율이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고 경기 회복세를 가로막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래서 거시정책의 우선순위를 임금과 가계소득 증가에 두기도 했다. 문제는 임금과 가계소득 증가를 담보할 구체적인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업소득을 가계로 흐르도록 유도한다며 이른바 ‘가계소득 증대세제 3종 세트’를 내놓기는 했지만 정부조차 실효성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정책 목표와 기대효과의 괴리는 전적으로 정부의 잘못이다. 한 입으로 두말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대기업과 고소득층 감세 철회 등 정공법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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