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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금융선진화 역행하는 ‘서금회’ 싹쓸이

등록 2014-12-02 18:37수정 2014-12-02 19:05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가 2일 오전 2차 회의를 열어 차기 은행장 후보를 이광구·김승규 부행장과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등 3명으로 압축했다. 하지만 금융권에는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서금회’ 회원인 이광구 부행장이 은행장에 내정됐다는 관측이 파다하다. 연임이 유력시되던 이순우 행장이 갑자기 연임 포기 선언을 한 것 자체가 이 부행장을 은행장에 앉히기 위한 금융당국의 종용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많다. 최종 결과를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행추위가 단지 요식 절차에 머물러온 현실을 고려하면 이 부행장이 은행장에 선임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최근 들어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서금회 회원들이 싹쓸이하는 현상은 매우 우려할 만하다. 대략 꼽아만 봐도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등 서금회 인사들의 약진은 눈부실 정도다. 심지어 수출입은행은 은행장과 감사가 모두 서강대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고려대 인맥을 중심으로 한 ‘4대 천왕’이 금융계를 좌지우지하더니 이제는 서강대 인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신관치금융’의 중심에 서금회가 있다는 말이 결코 무색하지 않다.

특정 학교 출신이나 특정 인맥이 금융계를 쥐락펴락하는 상황은 낙후된 우리 금융권의 현주소를 생생히 보여준다. 외부의 도움으로 은행장에 오른 사람은 인사 등 모든 면에서 외부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윗물 아랫물 가릴 것 없이 조직 전체에 줄대기 문화와 정실인사가 판을 치게 돼 있다. 이미 우리은행은 상임감사까지도 친박연대 대변인을 지낸 정수경 변호사를 낙하산으로 앉혔다. 금융회사 경력이 전혀 없는 비전문가라는 비판이 무성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자산 규모 270조원에 이르는 은행의 경영진을 이런 식으로 뽑아놓고 무슨 경쟁력 강화며 금융선진화를 기대한다는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말끝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고 있으나, 도대체 정상화가 어디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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