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1명 등 60명의 선원이 탄 사조산업 소속 원양어선 501오룡호가 1일 오후 러시아 인근 베링해에서 침몰해, 3일 현재 실종됐거나 숨진 이가 모두 53명에 이른다.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사고 해역의 파도가 높고 수온도 낮아 매우 비관적인 상황이라고 한다. 이대로라면 한국 원양어업 사상 최악의 사고가 될 것 같다. 실종자와 사망자 가족의 안타까움과 비통함은 오죽하겠는가.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황을 보면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잘못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해양수산부는 기상 악화로 배의 어창에 한꺼번에 많은 바닷물이 들이치면서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조산업도 갑작스런 기상 악화를 탓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런 이유만은 아닌 듯하다. 당시 사고 해역은 4m 이상의 파도와 초속 20m 이상의 바람으로 조업 자체가 매우 위험했다. 부근에 있던 한국 어선 4척은 이미 해안 쪽으로 피항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501오룡호만 조업을 했기에 불안정한 상태에서 배가 기울었을 가능성이 있다. 실종 선원 가족들은 본사에서 어획 쿼터가 추가로 내려오는 바람에 악천후 속에 무리하게 조업을 강행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의 노후화가 직간접 원인일 수도 있다. 501오룡호는 건조된 지 36년 된 배다. 배가 낡은 탓에 어창의 배수시설이 고장 났거나 배 밑바닥에 구멍과 균열이 생겨 물이 차올랐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결함이 사전에 점검됐는지 궁금하다. 501오룡호 말고도 국내 선사의 원양어선 가운데 30년 이상 된 배가 38.6%이고, 21년 이상인 배까지 합치면 91%라고 한다. 노후 선박의 사고를 막으려면 선령을 제한하거나 선령에 따른 점검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나 501오룡호처럼 외국에서 낡은 배를 들여와 무리한 운항·조업을 강행해 수익을 챙기는 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배에 이상이 발견된 뒤 침몰하기까지는 서너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런 ‘골든타임’에 제때 퇴선명령이 내려졌거나 매뉴얼대로 탈출을 준비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구조가 제때 시작됐는지, 정부가 구조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점을 비롯해 사고 과정에서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는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원양어선의 안전 실태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언제까지 비슷한 잘못을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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