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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벌 세습’ 적폐 드러낸 대한항공 부사장의 패악

등록 2014-12-08 18:36수정 2014-12-08 22:02

마치 소왕국의 전제군주를 보는 듯하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5일 미국 뉴욕 케네디공항에서 출발하려고 활주로를 향하던 대한항공기를 돌려세웠다. 일등석에 타고 있던 조 부사장은 승무원의 땅콩과자 서비스가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고함을 지르고, 규정을 설명하려고 온 수석 승무원(사무장)에게도 소리를 치며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조 부사장의 행태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말하기에도 부적절한 ‘갑질 중의 갑질’이다. 또 항공보안법도 우습게 안 오만방자의 극치다. 승무원의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고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고 비행기에서 나가라 한 것은 직원을 종으로 알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짓이다. 조 부사장의 명령에 비행기는 활주로 앞에서 되돌아가 승무원을 내려놓고 20분이나 늦게 출발했다고 한다. 400명이나 되는 승객들은 피해를 보든 말든 안중에도 없는 행패이자 기장의 권한을 멋대로 침해한 월권행위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사무장도 없이 비행기를 출발케 했으니 이것도 항공보안법 위반이다.

지난해 대기업 임원이 라면이 덜 익었다며 대한항공 승무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라면 상무 사건’이 벌어졌을 때 조 부사장은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안타깝다”며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 조항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라면 상무’는 저리 가라 할 횡포를 저지르고, 법은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이 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했다. 승무원들이 느꼈을 모욕감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래 놓고도 조 부사장은 일이 커지자 기장과 협의해 결정한 일이라고 발뺌하는 모양이다. 기장을 물고 들어가는 것도 어디서 많이 본 저열한 책임회피다.

조 부사장의 횡포는 이 나라 특권층의 의식구조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권력이든 금력이든 가졌다 하면 인권도 팽개치고 법도 무시하는 것이 대통령 이하 특권층의 모습이다. 조 부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라는 총수 가족 신분으로 고속승진을 거듭해 마흔도 안 된 나이에 대한항공 부사장직에 올랐다. 지난해 5월에는 ‘하와이 원정 출산’을 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회사 안에서 직원들 위에 군림하다가 물의를 빚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천민자본주의의 천민권력 현상이다. 가진 자들에게 사람다움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인가 묻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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