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과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의 경기장을 한국과 일본이 서로 나눠 치르는 방안을 제안했다. 건설비용은 막대한데 사후 활용 가능성은 적은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의 경기장을 다른 나라의 기존 시설로 돌리자는 것이다. 올림픽위원회는 다음주 중 일본 나가노 등 썰매 종목 경기장 후보지 12곳 명단을 한국에 보내고 1~2월 중 직접 방문해 세부 내용을 협의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런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올림픽 개최를 둘러싼 재정문제는 심각하다. 올림픽 개최 도시는 막대한 경기장·기반시설 공사비와 산더미처럼 불어나는 사후 유지·운영 비용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겨울올림픽을 치른 러시아 소치가 50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올림픽 유치 도시 대부분이 빚더미에 올라 있다. 2022년 겨울올림픽도 유력 도시들이 유치를 포기한 상태다. 도쿄도도 경기장 신축 계획을 일부 취소했다고 한다.
평창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강원도의 부채규모는 지금도 6000억원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올림픽 관련 시설에는 사업비의 70~75%를 국가가 부담하게 한 특별법 때문에 사전 환경성 검토나 예비 타당성 조사도 없이 건설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 투자 가운데 과잉·중복 투자는 왜 없겠는가. 경제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썰매경기장도 올해 하반기에 1200억원 규모로 이미 착공된 상태다. 이들 비용은 결국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하게 된다. 경기장마다 매년 수십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유지·관리 비용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올림픽위원회의 제안은 권고일 뿐 강제성은 없다. 이미 경기장 건설을 시작했으니 때늦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지·관리 비용과 장래 활용도 등을 생각하면 공사 중단에 따른 매몰비용과 보상금, 위약금 등을 부담하더라도 지금 중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되, 예산을 절감하고 재정압박을 최소화하자면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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