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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조현아 부사장 사퇴로 끝날 일 아니다

등록 2014-12-09 18:32수정 2014-12-09 21:02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파문을 일으킨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9일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조 부사장은 5일 미국 뉴욕에서 객실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식을 문제 삼아 이륙 중이던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까지 내리게 한 일이 <한겨레> 등에 보도되면서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형식은 자진 사퇴이지만 사실상 여론의 질타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 언론에까지 화제가 된 이번 사태는 물의를 빚은 당사자의 사퇴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고 할 수 없다. 대한항공은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기업 문화와 고객서비스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대한항공의 최초 대응 방식은 실망스러웠다. 조양호 회장의 첫째 딸이기도 한 조현아 부사장을 감싸기 위해 앞뒤도 맞지 않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특히 8일 저녁 사과문 형식으로 발표한 대한항공의 보도자료는 비난 여론을 더욱 거세게 했다. ‘승객에게 불편을 끼쳐 사과드린다’고 말문을 열었으나 곧바로 조 부사장의 당시 지시와 조처는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운송 능력에서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국가대표 항공사’가 기본적인 자정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땅콩 회항’ 사건에서는, 총수 가족 출신의 힘 있는 임원은 조직 안에서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고 전횡을 일삼는 ‘황제 경영’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대한항공은 일등석 승객에 대한 땅콩 응대 매뉴얼을 중시할지언정 승무원의 인격과 인권 보호, 승객의 편의와 관련한 낮은 의식 수준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이는 임직원 1만8000여명에 이르는 회사를 총수 가족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는 천박한 기업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로 인해 조 부사장은 임직원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고 회사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자신의 행동에 대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대한항공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노력과 별개로, 정부와 사법 당국의 엄중한 감시와 통제도 필요하다. 항공운수업은 정부가 정시성, 안전성, 고객서비스 만족도 등을 수시로 평가해 운수권과 노선 배분을 결정한다. 그만큼 공공성이 강한 고도의 규제산업이라는 뜻이다. 국토교통부는 조 부사장 사퇴와 상관없이 사고 당시 대한항공의 항공 관련 법규 위반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해서 시정되도록 해야 한다. 또 참여연대가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 만큼 형사적 책임도 가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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