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중요한 관심사의 하나다. 미국의 ‘월가를 점거하라’ 따위 시위가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의 자본>이 큰 인기를 얻은 것 등이 이를 뭉뚱그려 말해준다. 관련 연구가 진행되면서 무엇보다 불평등과 성장의 관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불평등이 성장에 크게 해로울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어느 정도의 불평등은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일정 한도를 넘으면 걸림돌이 된다는 이야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이런 주장을 펴고 있으니 설득력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들 기구는 금융위기 전까지 또는 얼마 전까지 불평등을 용인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사고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그르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9일 낸 보고서에서 소득 불평등 확대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밝혔다. 회원국을 대상으로 성장률과 불평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일수록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평등을 해소하면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1980년대 이래 큰 영향력을 발휘해온 ‘낙수효과’ 이론을 부정하는 연구결과다. 낙수효과는 부자의 소득이 늘어나면 그들의 소비와 투자가 증가해 성장률이 높아지고 다른 계층의 소득도 늘어나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런 이론이 국제통화기금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으니 의미가 가볍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불평등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발표된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의 지니계수는 0.348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6번째로 높았다. 그만큼 불평등이 심하다는 증거다. 조사방법의 한계 등으로 지니계수의 수치가 실제보다 낮게 나왔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 불평등도는 이보다 훨씬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순자산의 경우 최상위 20% 가구가 58.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평등 현상을 이대로 방치해서 안 된다는 것은 두말하면 군소리다. 정부가 신경을 쓰는 성장마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게 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의 권고 아닌가. 그런데도 정부는 분배구조를 개선할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동안 가계소득 증대 방안 등을 입에 올렸지만 말뿐이다. 더 늦기 전에 정책의 대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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