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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홍보만 하고 내용은 감추는 ‘깜깜이’ FTA

등록 2014-12-11 18:42

정부가 10일 베트남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발표했다.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와 회담한 뒤 타결을 선언했다. 정부는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될 경우 양국의 경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민은 협정의 내용도 알지 못한 채 정부의 일방적 주장만 듣고 박수를 쳐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니 밀실 협상에 따른 졸속 타결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벌써 다섯 번째다. 앞서 타결된 국가들을 보면 캐나다,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비중 있는 교역 상대국들이다. 그만큼 국내 경제적 파급 영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협상 타결이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에 맞춰 진행된 것도 공통점이다.

정부는 이처럼 속전속결로 다른 나라들과 협상을 타결하면서도 세부 타결 내용을 한 번도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다. ‘경제영토 확장의 계기’라는 둥 막연한 홍보성 자료만 쏟아냈다. 더욱이 국내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친 경우는 전혀 없다.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의 이해관계자한테 면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일부 국회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와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는 모두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협상 효과의 극대화가 필요하다며 국회 비준동의를 재촉하고 있다.

정부는 정보공개 거부의 이유로 현행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처분 대상으로 분류되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또는 ‘의사결정 과정이나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안과 관련한 정보’라는 점을 들고 있다. 모순된 논리다. 비공개 처분의 이유가 타당하다면 ‘실질적 타결’이니 ‘사실상 합의’니 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부터 잘못이다. 아직 세부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공개될 경우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서 어떻게 통상외교의 큰 성과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다른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은 국내 산업 또는 기업별로 이해득실이 엇갈리고 국민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끼친다. 또한 통상조약은 한번 발효되면 특별법의 지위를 얻어 바꾸기도 어렵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협정 내용을 할 수 있는 한 공개하고 정말 국민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진지하고 투명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깜깜이 에프티에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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