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아베의 압승과 한일관계

등록 2014-12-15 18:41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14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아베 정권은 특별한 돌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앞으로 4년 더 정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아베 정권이 박근혜 정권보다 집권 기간이 길어지고, 한국의 대일정책도 다음 정권까지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다시 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아베 총리의 승리는 이달 초 그가 전격적으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재신임을 받겠다는 승부수를 던질 때부터 예견되었다. 하지만 연립정권을 이루고 있는 자민·공명 양당이 이전 의석을 웃도는 의석을 차지할 정도로 압승을 거둔 것은 의외다. 아베 정권이 승리를 거둔 요인으로는 야당이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고, 선거 쟁점이 정당 간에 차이가 없는 경제 문제로 집약되었으며, 반자민 유권자가 대거 기권한 점 등이 꼽힌다. 실제 이번 투표율은 전후 최저를 기록했던 2012년 선거의 59.32%보다 6.66%포인트 낮은 52.66%를 기록했다. 즉 자민당이 자력으로 거둔 승리라기보다 야당의 실패로 인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아베 정권의 가장 큰 과제는 자신이 이번 선거를 ‘아베노믹스 선거’로 규정했듯이, 역시 경제 살리기다. 아베 총리가 해산 선거를 결정한 명분도 경제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큰 소비세율 2차 인상을 내년 10월에서 2017년 4월로 1년6개월 연기하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경제 성적에 따라 아베의 장기집권 여부도 결정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고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되어 있는 에이급 전범을 찬양하는 등 역사수정주의 자세를 보이고 있는 그가 국내 기반 강화를 위해 주변국과 분란을 초래하는 ‘과거사 쟁점’을 활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로서 주목되는 점은 그가 내년 패전 70돌과 한일협정 50돌을 맞아 일본의 과거 침략 역사를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를 훼손하는 ‘아베 담화’를 낼 것인가이다. 이럴 경우 나쁜 한일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이다. 아베 장기정권은 우리에게도 곤란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역사 문제에 ‘다 걸기’를 해온 지금과 같은 ‘원칙 외교’를 계속할 것인가, 역사 문제와 다른 현안을 구별해 선별 대응하는 ‘실용 외교’로 전환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몰렸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이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한 만큼 우리의 대일외교도 근본적인 차원에서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