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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생명 보호에도 차별이 존재하는 끔찍한 산업현장

등록 2014-12-16 18:39

국가인권위원회가 16일 조선·철강·건설플랜트 분야의 산업재해 실태 조사 보고서를 내놨다. 원·하청으로 나눠 실태를 조사해보니, 사내하청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훨씬 심각한 산재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사내하청 노동자 보호를 위한 산업안전 및 산재보험 제도의 개선이 왜 시급한지를 보여주는 보고서이다.

원청과 사내하청 간 산재 위험의 불균형 실태는 그동안 정부 공식 통계에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인권위 보고서는 전수조사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지만, 산재 발생이 잦은 주요 업종의 사내하청 노동자에 초점을 맞춰 실태와 원인을 자세하게 짚어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고서 내용은 끔찍하다. 사내하청 노동자 10명 가운데 9명꼴로 ‘원청 정규직보다 더 위험한 일을 맡고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실제로 다친 노동자가 산재보험 혜택을 받는 경우는 10명에 1명꼴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청기업들의 산재보험 가입률이 낮은데다 신고를 하면 원청기업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큰 때문이다.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힘들고 위험한 일이 많아질수록 산재 은폐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산재 발생률이 점차 떨어지는 원청 대기업은 산재보험료 부담을 덜게 된다. 대신 원청 대기업의 안전 불감증이 더욱 깊어지면서 산업현장 전체의 산재 위험은 제자리에 머물거나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인권위 보고서는 하청기업에서 발생하는 산재에 대한 원청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산재 통계를 작성하거나 산재보험을 적용할 때 원·하청을 통합하고, 위험 업무의 과도한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개선안은 노동계에서 줄기차게 제기해온 것이다. 국회에서도 여러 의원이 법률안을 내놨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행정력 미비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시해왔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책임 회피이며 직무 유기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산업현장에서 3시간에 한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한다. 선진국 문턱에 서 있는 나라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에 대한 보호 수준은 여전히 후진국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헛말이 되지 않으려면 산재보험 적용의 차별부터 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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