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로 물러났던 김문기씨의 총장 복귀로 논란을 빚고 있는 상지대의 학교법인인 상지학원 이사회가 15일 이 대학 정대화 교수의 파면을 의결했다. 정 교수는 교수협의회 대외협력특별위원장을 맡아 단식농성까지 하면서 김문기씨 퇴진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이사회가 지난달 4일 정 교수를 직위해제한 데 이어 파면까지 의결한 것은 김문기 총장 체제를 굳히기 위한 노골적인 ‘비판세력 탄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상지대 사태에 대한 언론 기고와 인터뷰를 학교 명예훼손이라며 파면 이유로 들고 있는 것만 봐도 의도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이번 파면 의결이 3주에 걸친 교육부의 특별감사가 끝난 직후에 나왔다는 사실이다. 8월 김씨의 총장 복귀 이후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던 교육부는 석 달 만인 지난달 24일 특별 종합감사에 들어갔다. 비리 전력이 있는 김씨의 총장 복귀에 학내 구성원들이 반발하면서 학교 운영이 계속 파행을 겪자 교육부도 더는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감사가 끝나자마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김문기 총장 체제 굳히기에 나선 상지대의 행보는 교육부 감사 자체를 우습게 보는 게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한명을 제외하곤 모두 임기가 끝난 이사들이 모여 정 교수의 파면을 결정한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파행을 파행으로 덮는 꼴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육부가 고강도 감사를 예고해놓고 실제로는 ‘물 감사’를 벌임으로써 김 총장 쪽을 오히려 안심시킨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김씨와 이사회는 한참 반성하고 자중해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정 교수 파면과 같은 뻔뻔한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상지대 사태와 관련해 두 차례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거부한 혐의로 김씨를 고발하기로 5일 의결한 바 있다. 국회의 권위도 무시하고 교육부의 특별감사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를 보면, 김씨는 뒷배를 봐주는 대단한 세력을 두고 있거나 본래 법과 규칙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살아온 인물로 보인다. 어느 쪽이든 대학을 이끌어갈 자격은 없는 게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상지대 사태의 처리는 정부의 사학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금석이다. 김씨의 상지대 재장악을 확실히 차단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교육부는 ‘비리 사학의 2중대’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특별감사 결과와 그에 따른 후속 조처를 주시하는 이유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