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구조함인 통영함의 납품 비리와 관련해 감사원이 17일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의 인사 조처를 국방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비리에 연루됐다면 인사로 끝낼 일이 아니라 검찰의 엄정한 수사가 뒤따라야 한다. 곪을 대로 곪은 방위사업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방위사업 비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보여주는 모델과 같다. 통영함은 천안함 사건 이후 만들어져 2012년 진수식을 했으나 정작 필요했던 올봄 세월호 사건 때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다. 2억원대인 1970년대의 구형 음파탐지기를 무려 41억원에 납품받은 ‘부실·비리 함정’이었기 때문이다. 브로커인 김아무개 전 대령은 해군사관학교 32기인 황 총장의 3기 선배였다. 통영함 사업 담당자였던 최아무개 중령과 상관인 오아무개 전 대령, 후임자인 최아무개 중령과 황아무개 대령 등도 모두 해사 선후배였다. 이들은 납품업체에 유리하게 서류를 조작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황 총장은 수사 과정에서 거짓말까지 한 정황이 짙다. 결재권자인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이었던 그는 납품업체의 사업계획서 제출 시한을 두 차례나 미뤄주고 평가 서류도 없는 상태에서 구매 의결을 추진하는 등 여러 차례 의결·결재를 했다. 하지만 그는 ‘담당 팀에서 결정하므로 기술적 문제는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태다. 설령 금품이 오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의 책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일은 ‘군피아’ 가운데서도 가장 끈끈하다는 사관학교 출신들의 부패 사슬이 군 수뇌부까지 닿아 있음을 다시 확인해준다. 1993년 율곡사업 비리에서는 두 사람의 국방장관 및 해군참모총장, 공군참모총장 출신자가 구속된 바 있으며, 이후에도 방위사업 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거액의 국방비를 투입해 전력 증강을 꾀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는 이런 비리 구조가 한몫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최근 군이 적절한 음파탐지기와 수중 무인탐사기를 갖추지 못한 통영함을 실전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정부는 지난달 하순 대규모의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을 출범시킨 바 있다. 하지만 벌써 비리 구조의 몸통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위사업 비리는 안보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 행위’라고 했다. 그 말이 신뢰를 주려면 이번 사안부터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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