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가 23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 합의안을 도출하고 내년 3월까지 우선과제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짓기로 했다. 이번 합의를 두고 김대환 위원장은 “네덜란드 바세나르협약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자평했지만, 노사 대타협의 세계적 모범사례로 꼽히는 바세나르협약에 견주기에는 옹색하기 그지없다.
우선 사회적 합의로서 힘을 갖기에는 참여 주체의 포괄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노사정위에 참여한 한국노총은 전체 노동자의 4.6%만 대표할 뿐이고, 양대 노총의 하나인 민주노총은 아예 빠져 있다. 두 노총이 모두 참여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노조 조직률이 10.3%에 그친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바세나르협약 당시 네덜란드의 노조 조직률은 40%에 근접했다. 노조가 맺은 단체협약이 얼마나 많은 노동자에게 실제로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주는 단체협약 적용률도 우리나라는 10%가량에 그치는 반면, 네덜란드는 1980년 70%에 이르렀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려면 논의 과정에서 노사정 3자가 실질적인 힘의 균형이라도 이뤄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정부가 주도적으로 방향을 잡으면 재계가 호응하고 노동계는 끌려가는 듯한 모양새다. 노사정위 논의를 앞두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규직 과보호론’을 꺼내들더니, 박근혜 대통령도 대기업 노조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고, 22일 ‘2015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이러니 ‘노동계는 들러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노총마저 “정부가 또다시 일방적으로 노동 관련 정책을 발표한다면 이번 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진정한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려면 정부가 먼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민주노총을 동참시켜 노사정위의 노동자 대표성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를 위해선 노조에 대한 강경 일변도의 태도부터 거둬들일 필요가 있다. 최근 무죄 판결을 받은 철도파업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지난해 민주노총 본부에 경찰이 난입했던 사상 초유의 폭거에 대해 정부는 사과조차 한 적이 없다. 이번 노사정위 합의안에 담긴 ‘사회적 책임과 부담을 나누어 진다’는 대목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과거처럼 일방적 희생을 강요당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발상 전환과 재계의 고통분담 의지가 가시화하지 않고는 ‘동반자적 입장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추진한다’는 이번 합의는 헛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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