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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한 배후설’보다 ‘원전 무방비’가 문제다

등록 2014-12-24 18:27

국내 원전 시설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원전 도면 등이 연일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23일 원전 도면 등을 담은 5번째 게시물을 트위터에 올렸다. 정부합동수사단은 범인 추정 인물이 사용한 아이피(IP)가 중국 선양에 몰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범인 소재는 오리무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은 이 사건을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이라는 엉뚱한 일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 불안을 정치적 목적에 써먹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발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23일 원전 자료 유출 사건을 국가적 안보 문제로 규정하고 배후세력을 밝혀내라고 촉구했다. 24일에는 새누리당에서 대통령 발언에 장단을 맞추듯 별 근거도 없이 북한 배후설을 제기했다. 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을 갖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범인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여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이 상황을 북한 소행설로 몰아가는 것은 이 사건을 빌미로 삼아 사이버테러방지법을 이번 임시국회 안에 통과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음이 분명하다. 원유철 의원이 북한 소행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야당을 향해 “법안(사이버테러방지법) 통과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사이버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에 사이버공간에 대한 막강한 감시 권한을 주는 위험천만한 법안이다. 그러잖아도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으로 국민의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 판이다. 정부 여당이 북한 배후설을 들먹이면서 사이버테러방지법 통과를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불순한 짓이라는 말을 들을 만하다.

범인으로 자처하는 ‘원전반대그룹 회장’이라는 인물은 크리스마스부터 3개월 동안 고리 1, 3호기와 월성 2호기의 가동 중단을 요구했다. 또 중단하지 않으면 10여만장의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2차 파괴를 실행하겠다고 협박했다. 전문가들은 횟수를 더할수록 유출 자료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며, 10만장이라면 원전의 기밀자료가 모두 털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는 원전 가동 중단까지 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추가 공개된 자료가 별로 문제될 게 없다고만 하고 있다. 정부는 아니면 말고 식의 손가락질이 아니라 명확한 유출 경로를 밝히는 데 주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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