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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소득환류세제, 껍데기만 남았다

등록 2014-12-26 18:35수정 2014-12-26 20:40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이처럼 딱 들어맞을 수가 없다.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정부가 업무용 부동산을 매입한 경우에도 투자로 인정해 과세 대상에서 빼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애초 기세와는 달리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결국 빈껍데기만 남은 형국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취임하면서 경제 활력을 높이려면 내수 확대가 긴요하다면서 가계소득 증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계 위축 등으로 내수가 취약한 게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최 부총리의 이런 방침은 기대를 걸게 했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가 낸 자료를 보면, 1995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총소득(GNI)에서 가계부문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70.6%에서 62.3%로 크게 낮아졌다. 반면 기업소득은 16.6%에서 23.3%로 높아졌다. 기업들은 소득의 상당 부분을 투자나 임금·배당 증대 등에 쓰는 대신 사내유보금 또는 현금성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런 사내유보금 등이 가계로 흘러가도록 하겠다며 ‘가계소득 증대 세제 3대 패키지’를 추진했다. 하지만 정부가 만든 법률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었다.

그런데 뒤이어 나온 시행령은 법안의 내용을 더욱 앙상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기업소득환류세제의 투자 범위에 설비 투자나 연구개발 투자 말고 업무용 부동산 투자까지 포함시켰다. 신축·증축하는 업무용 건축물 건설 비용과 토지 매입 비용을 투자로 간주해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고용창출세액공제제도 등 기업 관련 다른 세제에서는 이를 투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원래 내세운 취지와 달리 기업들에 큰 혜택을 주고 있는 셈이다. 이리되면 재벌그룹 계열사들은 아예 세금을 물지 않거나 물더라도 미미한 금액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가계소득 증대 방침이 유명무실하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어떤 형태로든 기업이 돈을 쓰라는 취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업무용 부동산 건설·매입비도 투자로 인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업이 돈을 쓰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기업의 부동산 투자가 가계소득 증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려워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그런 만큼 업무용 부동산을 투자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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