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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꼼수’로 가득 찬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등록 2014-12-26 18:35

한국·미국·일본 세 나라가 29일 체결할 예정인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은 2012년에 무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우회로’적 성격을 지닌다. 국가 간 협정이 아니라 군 당국 간의 각서 체결 형식을 취했고, 한-일 간 직접 정보 교환이 아니라 미국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형식이다. 공유하는 정보의 대상도 한-일 협정과는 달리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정보에 국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몇 가지 변경사항에도 불구하고 이 약정은 근본적으로 한-일 정보보호 협정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우선 2012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밀실 추진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국방부는 애초 “국민과 언론에 공개해 투명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약정 체결을 불과 사흘 앞두고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말았다. 일본과의 군사협력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국민적 공감과 이해를 구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없었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군사정보 교류를 양해각서 형식으로 체결하는 것도 국회 비준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박근혜 정부의 일본에 대한 자기모순적 태도는 참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아베 신조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각의 결정 등을 통해 군사대국화의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군사정보 교류는 결국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과 발언권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아베 정부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항의 표시로 2년째 한-일 정상회담마저 거부하고 있는 정부가 오히려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통해 그들의 군사대국화 정책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우리 정부가 내세우는 양해각서 체결의 명분은 안보 증진이지만 실제로 얼마나 실익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일본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에 대한 회의적 평가도 그렇지만 자칫 우리가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에 더욱 깊숙이 발을 담글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약정 체결은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KAMD)와 미·일 주도의 미사일방어 체계의 연동으로 3국 간 ‘엠디 공조 체제’의 첫걸음을 여는 조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3국 간 군사정보 공유를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으로 간주해 반발하고 나설 경우 오히려 한반도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도 확보하지 못하고, 안보 효과도 불확실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을 구태여 강행할 필요가 있는지 참으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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