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에 청년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뜨겁다. 취업난, 주거난, 학자금 빚, 아르바이트 등으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들이 최근 정부 정책에서 더 암울한 미래를 예견하고, 정치권의 무관심에서 심한 박탈감을 느끼는 까닭이다.
지난 3일 연세대·고려대에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 편지’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꼬집은 데 이어, 최근 경희대에도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에 ‘F학점’을 매긴 풍자 대자보가 등장했다. 이들 대자보는 ‘평균 1300만원’의 학자금 빚을 지고 ‘좁디좁은 세 평 방’에 살면서 어렵게 취업난을 뚫어야 하는 청년들의 고통과 함께, 정부의 정규직 과보호론과 비정규직 양산,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저질’ 일자리와 계속되는 주거난에 시달리게 될 우리 사회의 불안한 미래를 지적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적절한 발언도 청년들의 분노를 불렀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 아르바이트생들이 겪는 부당 대우와 관련해 “젊어서 그런 고생을 하는 것도 앞으로 사회생활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상대한테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하는 것도 여러분들 능력”이라고 말했다. 이는 생계와 학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에 나서야 하는 학생들의 처지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낼 뿐 아니라 임금 체불, 폭행·폭언 등 만연한 부당 대우를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정치권의 책임조차 방기하는 발언이다. 더구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행사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니, 김 대표나 새누리당이 평소 청년들의 고통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알 만하다.
청년들의 분노 표출은 이 시대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괴롭히는 핵심 문제에 대한 공감의 결과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이맘때 전국으로 확산됐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와 맥을 같이한다. 당시 대자보도 철도노조 파업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등에 대한 연대의식에서 비롯됐다. 또한 대자보 내용 곳곳에서는 우리 사회의 ‘허리’를 차지하는 세대로서 저출산, 고령화, 연금 부실화 등 당면한 사회적 과제를 책임감 있게 고민하는 모습도 보인다. 곤궁한 일상 속에서도 공동체의 앞날을 성찰하는 청년의 지성이 건강하게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들의 문제제기를 흘려듣거나 입에 발린 말로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희망을 품지 못한 채 젊음을 소진해야 하는 사회에는 미래도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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