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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새누리당 관리도 ‘비선 세력’에 의존하나

등록 2014-12-31 17:45

대통령이 여야 어느 한쪽에 얽매이지 않고 초월적인 위치에서 국정운영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국민의 한결같은 염원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의 대통령’만으로도 모자라 아예 ‘친박계 대통령’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기로 작심을 한 모양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19일 친박계 핵심 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비공개 송년 모임을 한 것은 우리 정치에서 추방해야 할 패거리 정치를 대통령이 앞장서서 부추겼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청와대의 비밀 회동은 그 자체로 ‘비선 정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새누리당에는 버젓이 공식적인 계선 조직이 있는데도 박 대통령은 깡그리 무시했다.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는 그런 회동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문고리 권력’ 선호는 청와대 안에서뿐 아니라 여당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당 대표마저 따돌리고 친위세력들만 모여 대통령과 수군덕거리는 당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당의 질서는 무너지고 공조직은 힘을 잃게 된다.

이날 청와대 모임은 소통을 거부하는 박 대통령의 아집과 속좁은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폭넓게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는커녕 고작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불러 모아 자축연을 벌였다. 이런 종류의 모임에서 어떤 대화가 오갈지는 불을 보듯 훤하다. 대통령에 대한 시중의 여론 전달이나 쓴소리는 나오지 않고 오직 아부성 발언이 주를 이루게 돼 있다. 실제로 이날 회동에서는 대통령의 각종 국정과제를 친박들이 강하게 지원해 나겠다는 다짐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야 귀가 즐겁고 용기백배할지 모르지만 이런 아부성 발언은 국정운영에는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다.

친박계 의원들이 대규모 송년 모임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김무성 대표를 향해 날 선 공격을 펼치기 시작한 것도 청와대 회동과 결코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친위세력 재결집을 통해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이 실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운영을 책임진 여당이 삐거덕거리는 모습부터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여당 안에서조차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는 각종 개혁과제가 탄력을 받지 못할 것 또한 분명하다.

친박 쪽이 김무성 대표를 향해 집중포화를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국민의 눈에서 보면 청와대에 대한 김 대표의 태도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애초 공언했던 수평적 당청 관계니, 할 말은 하는 대표가 되겠다느니 하는 다짐이 증발한 지는 오래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친박세력은 김 대표를 더욱 확실한 청와대의 수족으로 부리고 싶어 안달을 하는 것 같다. “당의 사유화가 문제가 아니라 전당의 눈치화가 문제” “이러다가 새누리당이 아니라 ‘새눈치당’이 되겠다”(이재오 의원)는 등의 비판은 정곡을 찌른다. 박 대통령의 집권 3년차가 되는 내년의 나라 모습이 더욱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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