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보름 만에 누적 관객수 500만을 돌파했다. 새해 휴일에도 압도적으로 높은 관객점유율을 기록했다. <명량>만큼의 돌풍은 아니지만 이 정도 속도면 1000만 관객도 불러모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시장>은 우리 현대사를 한 평범한 실향민 남자의 삶을 통해 조명한다. 영화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22일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1만4000명의 피난민을 싣는 역사적인 흥남철수에서 시작한다. 이어 광부·간호사 서독 파견, 베트남전쟁 파병을 통과해 1983년의 이산가족찾기에서 정점을 찍는다. 흥남철수 때 놓쳐버린 여동생과 화상으로 만나 서로를 확인하고 오열하는 장면은 관객의 눈물샘을 한없이 자극한다. 민주화 투쟁의 역사가 빠진 점을 아쉬워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나름의 균형감각을 갖춘 영화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정작 아쉬운 것은 영화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다. 현대사를 다루는 만큼 논란이 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 내용을 보면 엉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보수언론들은 이 영화를 산업화 시대를 무조건 찬양하고 박정희 시대를 긍정하는 것인 양 몰아갔다. 보수 애국주의 틀로 영화를 규정한 것이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이 영화를 본 뒤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퍼지니까 경례를 하더라”라며 애국심을 강조했다. 그러나 영화의 그 장면은 애국심을 강조하는 장면이 아니라 애국심을 강요하는 그 시대를 야유하는 장면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뒤이어 정치권에서 “이 영화가 보수적인 영화라느니 하는 해석은 당치 않다”는 반응이 나왔는데, 늦게나마 색안경을 벗고 영화를 보게 된 셈이다.
<국제시장>이 아버지 세대가 겪은 고통과 슬픔을 위로하고, 자녀 세대가 여기에 공감하면서 세대간 불신의 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대중영화로서 제 몫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파가 몰아치는 이때 <국제시장>이 훈훈한 한 그릇 국밥 같은 영화로 관객과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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