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새해를 맞아 실시한 특별 여론조사 결과는 사회복지와 경제성장 등 우리 사회의 핵심 의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일대 전환을 겪고 있다는 징후로 읽힌다. 꼭 10년 전에 같은 질문을 던진 조사 결과에 견줘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사회가 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빈부격차가 적고 사회보장이 잘돼 있는 사회’라는 답변이 10년 전보다 10%포인트 늘어난 47.3%로 1위를 차지했고, ‘힘없는 사람들도 평등하게 보호받는 사회’가 10년 전 3위(22.5%)에서 2위(28%)로 올라섰다. 사회 양극화와 비정규직 확산, ‘갑’의 횡포 등으로 가슴을 치며 살아가는 이들이 지난 10년간 훨씬 많아졌음을 보여주는 아픈 수치다.
그동안 이런 문제에 대한 만능 해결사처럼 행세해온 게 ‘경제를 키우려면 현재의 고통과 억울함을 감내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성장주의의 환상 또한 깨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는 3위에 그쳤으며, 이를 꼽은 응답자 비율도 10년 전 31.9%에서 14.8%로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불평등은 경제성장의 걸림돌’이라며 사고의 대전환을 보였는데, 우리 시민들도 같은 흐름의 인식을 체화하고 있었던 셈이다.
각 분야 전문가 1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5.3%가 ‘우리 사회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빈부격차, 실업·고용 불안정, 집단·세대간 갈등은 심각해지는데 이를 해결할 밑바탕이 되는 민주주의는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절대다수 지식인들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생생한 민심과 대중의 혜안, 전문가들의 경고는 모두가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것들이다. 이에 정치 지도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그 안에 담겨 있다. ‘바람직한 국가 지도자상’으로 10년 전 ‘다소 권위주의적이라도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사람’(53.2%)을 꼽았다면 이제는 ‘민주적 의사결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51.4%)을 원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가 10년 새 50%에서 38.5%로 뚝 떨어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11.6%에서 32.1%로 뛰어오른 이유가 무엇인지 정치 지도자들은 곱씹어보기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