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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실망스러운 박 대통령 신년인사회

등록 2015-01-02 20:18수정 2015-01-02 20:18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5부 요인과 여야 대표, 정부 고위공직자 등 190여명을 초청해 연 신년인사회를 시작으로 2015년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신년회에서 “정부는 통일이 구체적인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준비와 실천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다짐하는 등 남북문제, 경제활성화, 구조개혁 등 올해 추진할 국정목표 등을 소개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새해를 맞아 각 언론기관 등이 일제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성적표는 매우 초라하다. ‘국민행복시대’라는 애초의 구호와는 정반대로 ‘더 불행해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동안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응답도 압도적이었고, 새해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비관론이 훨씬 우세했다. 현재 진행되는 검찰의 비선세력 국정개입 의혹 수사에 대한 불신을 비롯해 현 정부에 대한 믿음도 바닥 수준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올해 2015년은 그동안의 부진을 벗고 일대 도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절체절명의 해인 것이다. 박 대통령이 모처럼 각계 인사들을 한자리에 불러 국정운영 방향을 밝힌 것도 이런 결의의 한 표현이라고 짐작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로 포장된 야심 찬 국정운영 계획 제시가 아니라 오히려 지난 2년간에 대한 겸허한 성찰, 그리고 인식의 일대 전환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기류는 신년인사회에서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통일에 대한 실질적 준비와 실천”을 강조하는 등 대북정책에서 좀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 등은 평가할 만하다. 집권 3년차의 승부수를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으로 설정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앞으로 유의해서 지켜볼 일이다. 그럼에도 이날 박 대통령의 모습은 여전히 자신만의 성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박 대통령의 최대 단점을 꼽자면 첫째는 모든 잘못을 외부 탓으로 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적 다양성을 무시한 채 사회의 일사불란함만을 강조하는 점이다. ‘지난 정권의 탓’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따위로 자기 변명과 합리화를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세월호 사건을 “우리 사회의 오랜 부조리” 탓으로 돌려 현 정부의 책임을 여전히 피해 갔다. 특히 박 대통령이 “기러기가 브이(V)자로 무리를 지어 날아가듯(…) 각 국정 주체들이 손발을 맞춰 앞장서 노력하자”고 당부한 대목은 획일주의에 대한 박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을 보여준다. 브이자의 최선두에 서 있는 자신의 뒤를 모두 군말하지 말고 따라오라는 주문으로도 읽혀 씁쓸하다.

초미의 관심사인 청와대 개편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국민의 여망과는 정반대로 가는 것 같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시무식에서 비서실 군기 잡기에 나섬으로써 비선세력 국정개입 의혹 등의 파동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한테 재신임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그가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유달리 강조한 대목은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영화 <명량>의 명대사와 대비되면서 쓴웃음을 짓게 한다. 과연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런 자세로 2015년을 희망차고 활기차게 열어갈 수 있을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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