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일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손해배상 청구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때 석유공사가 캐나다 석유개발회사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 총체적 부실이 있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감사원이 공기업의 사업 실패와 관련한 민형사상 책임을 전직 경영진에게 추궁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뒷북 감사’인데다 지난 정권의 고위층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는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석유공사는 2009년 하베스트와 지분 인수 계약을 맺으면서 부실 정유사업 계열사인 ‘날’(NARL)까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인 12억2000만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미국의 한 투자은행에 350만달러에 매각해 결국 4년여 만에 1조3000억원 상당의 손실을 봤다.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투자 실패는 이미 보도 등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광물자원공사 등 다른 에너지 공기업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참여연대 등은 해당 공기업 경영진을 상대로 한 고발장을 이미 지난해 11월에 냈다. 감사원의 이번 조처는 한발 늦었다.
공기업 경영진이 고의·중과실로 회사에 손실을 끼쳤으면 퇴직했더라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만 국외 자원개발 또는 자원회사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해당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진에게만 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이명박 정부 때 자원외교는 정권 차원의 국책사업이었다.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당시 주무부서인 지식경제부의 장관을 지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에너지산업정책관을 맡았던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주역이라고 봐야 한다. 절차상 에너지 공기업들이 주체로 나섰으나 청와대와 정부가 이들에게 공격적인 투자를 부추기고 독려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벌인 자원외교에는 지금까지 35조~46조원에 이르는 공적 자원이 투입됐다. 그런데 성과는 미미하고 곳곳에서 대규모 손실만 현실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원외교 전반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고 제도적 보완책까지 마련하려면 지난해 12월말 여야 합의로 발족한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더욱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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