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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와 남북관계의 앞날

등록 2015-01-04 18:35수정 2015-01-04 18:35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북한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 시도를 영화화한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사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대규모 해킹을 당한 데 대한 대응 조처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는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조선단군무역회사 등 세 기관과 이란·시리아·중국 등에 주재하는 북한 관계자 10명에 대해 미국 안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봉쇄하는 조처를 취했다.

앞으로 북-미 간의 대응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새해 벽두부터 미국의 대북 강경책으로 북-미 관계뿐 아니라 남북관계도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남북 모두 새해에 즈음해 공개적으로 관계개선 의지를 강하게 밝힌 터여서 미국의 갑작스런 대북 추가제재 조처 발동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추가제재를 두고는 강온 양면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소니사가 해킹을 당한 뒤 이미 오바마 대통령이 ‘비례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후속 행동이고, 이번에 제재 대상으로 오른 세 단체가 이미 미사일·핵 문제로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상징성에 무게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이번 행정명령이 북한 정부 및 노동당 관련 인물들의 불법행위 적발 시 언제든지 추가제재를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았다는 점, 인권 문제를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은 북한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미 기업에 대한 사이버공격과 인권 문제를 처음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도 주목할 요소다.

이번 제재는 여러모로 2005년 9월 6자회담 당사국 간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단계적 접근에 합의했던 9·19 공동선언 채택과, 그즈음에 미 재무부가 제기해 6자회담을 2년 가까이 파탄으로 몰고 갔던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세탁 사건과 닮은 면이 있다. 미국의 조처에 따라 한반도 문제, 남북 문제가 얼마든지 그들의 입맛대로 제어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조처에 대해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적절한 대응”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반면,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문답을 통해 소니사 해킹 사실을 부인하며 “미국의 제재는 우리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과 적대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태의연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남북 모두 반응을 피할 수는 없는 사안이지만, 발언자의 격이나 내용에서 문제의 확대를 바라지 않는 절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칠 일이 아니다. 남북이 진정 올해를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를 뚫고 전진할 수 있는 과감한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남북이 주도적, 창의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강국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게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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