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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박 대통령의 ‘착각과 오만’

등록 2015-01-06 18:32

청와대는 검찰의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 수사 결과에 대해 6일 “늦었지만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런 말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검찰 수사가 애초 박근혜 대통령이 내린 ‘찌라시 지침’에서 한 치도 어긋남이 없이 이뤄진 것에 대한 만족감의 표시이고, 이로써 비선세력 국정개입 의혹 파문을 마무리짓게 됐다는 안도감의 표시일 것이다. 청와대의 이런 발표는 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청와대 비서진이 얼마나 상황을 자의적으로 판단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청와대는 우선 검찰 수사에 쏟아지는 싸늘한 민심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몇몇 사람의 자작극’으로 규정한 검찰의 수사 결과는 여론의 냉소와 조롱거리만 됐을 뿐, 비선세력의 국정농단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비선세력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실 비서관의 경찰 인사 개입 등 각종 의혹들도 곳곳에 그대로 널려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사건은 결코 우격다짐으로 덮어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게다가 이번 문건 파동을 통해 청와대는 ‘국정을 책임진 최고 권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부끄러운 속살을 드러냈다. 권력 내부의 암투에만 골몰할 뿐 정확한 상황 판단 능력도, 엄정한 내부 기강도, 제대로 된 위기대응 능력도 없는 오합지졸임을 보여줬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청와대는 지금 “늦었지만 다행”이 아니라 “정말 창피하고 불행한 일”이라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최소한의 정치감각이라도 갖고 있다면 현 상황을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국민의 냉소를 잠재우고, 땅에 떨어진 청와대의 위상을 되찾을까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특별검사제 도입을 포함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청와대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자꾸 반대로만 간다. 청와대 내부 기강 해이의 일등공신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엉뚱하게 비서실 군기 잡기에 나선 것부터가 한 편의 코미디다. 문고리 권력 3인방은 여전히 대통령의 주변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측근들을 감싸고도는 박 대통령의 잘못된 권력관리 행태가 바뀔 것이라는 조짐도 없다. 결국 박 대통령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도 외면하고, 정치적 수습책도 없이 그냥 넘어가려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착각과 오만이 참으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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