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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국의 한국인 마약사범 사형 집행, 정부는 뭐 했나

등록 2015-01-06 18:32수정 2015-01-06 21:56

중국 정부가 지난달 말 한국인 마약사범에 대해 또다시 사형을 집행했다. 지난해 8월 세 사람을 처형한 데 이어 4개월 남짓 만에 벌어진 일이다. 우리 국민이 잇따라 처형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실효성 없는 겉치레 대응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사형제도는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반인도적 형벌이라는 것이 국제적인 상식이다. 사형제도가 범죄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없다는 것도 입증돼 있다. 우리나라도 사형제가 남아 있지만 1997년 말 이후 17년 동안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에 속한다. 이런 국제적 흐름을 거슬러 중국은 해마다 수천명을 처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국가 기밀로 삼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마약사범에 대해서는 엄벌주의를 적용해 1㎏ 이상의 아편이나 50g 이상의 헤로인·필로폰을 밀수·판매·운수·제작한 범죄에 대해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이 아편전쟁이라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사형을 만병통치약처럼 쓰는 것은 문명세계의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더구나 이번에 중국은 사형을 집행하고도 엿새나 늦게 한국 정부에 통고해줬다. 사람의 목숨을 영구히 빼앗은 일을 해놓고 이렇게 ‘늑장 통보’를 해도 되는가.

우리 정부의 대응이 합당했는지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사형이 집행되기 전에 중국 쪽에 여러 차례 집행 보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정도로 우리 정부가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국과 필리핀은 유사한 일이 벌어졌을 때 총리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중국 최고지도부와 접촉해 사형수 사면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해 8월의 사형 집행 때도 우리 정부가 관행적인 수준의 조처에 그쳤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번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형 통보를 받고서야 정부는 공식 항의했다지만, 알리바이용이란 인상이 짙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해 7월 ‘한-중 영사협정’을 체결했다. 정부는 이 협정 체결로 중국 체류 국민의 안전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했으나, 체결 직후부터 자국민 사형 집행조차 막지 못했다. 아무리 범죄자라 해도 우리 국민인 이상 정부는 헌법에 따라 그 생명을 보호할 엄중한 의무가 있다. 정부가 앞으로도 이런 미지근한 대응을 계속해서는 우리 국민이 또 언제 사형제의 먹이가 될지 알 수 없다. 정부의 통렬한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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