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므로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법원은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에 어긋나지 않은 적법한 행동이라고 판결했고, 국회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정부가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 안에서도 모처럼 조성된 남북대화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며 비슷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더는 뒷짐만 지고 있지 말라는 것이겠다.
6일 의정부지방법원의 판결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만 유독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는 정부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법원은 탈북자단체 대표가 전단 살포를 방해받았다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경우 이를 제지할 수 있으며, 그 제한이 과도하지 않은 이상 위법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 과도하지 않은 범위에서 표현의 자유도 제한할 수 있다는, 두루 인정되는 기준을 재확인한 것이다. 법원은 특히 대북전단 살포가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에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10월10일 전단살포로 벌어진 남북간의 총격전 사태가 그 위험성을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법원은 그런 급박한 위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전단 살포 제지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할 수 있다며, 민법 제76조 제2항과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 제1항이 그 근거라고 밝혔다. 전단 살포를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정부의 답답한 주장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같은 날 국회 외교통일위 법안심사소위는 결의안을 통해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남북관계 개선을 훼손하거나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처를 우리 정부가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부 보수단체의 ‘불장난’이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급기야 전쟁 위험까지 부추기는데도 정부가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을 질타한 것으로 봐야 한다.
국민의 안전은 국가의 최우선 가치 가운데 하나다. 전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그 위험을 미리 막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군사적·정치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도 당장의 시급한 과제다. 이를 모조리 외면한 채 위험천만한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계속 방치한다면 결코 제대로 된 정부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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