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계를 경악시킨 최악의 대언론 테러

등록 2015-01-08 18:38수정 2015-01-08 21:15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서 7일(현지시각) 시사 주간지 회사 직원 10명과 경찰 2명이 한꺼번에 총기에 맞아 숨지는 최악의 대언론 테러가 발생했다.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하지만 범인 검거 등 후속 조처만큼이나 사태 악화를 막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다.

언론을 상대로 한 테러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 이슬람 급진파로 추정되는 범인들은 주간지 내용을 빌미 삼아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언론의 반이슬람 논조에 대해 경고하고 이슬람 근본주의 이념의 확산을 노린 것 같다. 어떤 명분을 내걸더라도 이는 민주사회의 대들보인 언론과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잔인한 범죄일 뿐이다. 이들이 이슬람 테러집단과 연계돼 있다면 더 그렇다. 언론 보도 내용을 무력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

이번 테러는 최근 유럽 전역에서 외국 태생의 주민을 혐오하는 분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일어난 것이어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프랑스는 식민주의 역사 등과 맞물려 이슬람권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이슬람계 인구 비율이 전체의 10%에 가깝다. 유럽 나라 가운데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극우정당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이슬람포비아(이슬람 혐오증)와 결합할 경우 프랑스 사회가 심한 갈등과 분열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다른 나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프랑스는 관용을 중시해온 나라답게 이번 사건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바란다.

이번 사건은 과격세력이 커지지 않고 국민통합을 이루도록 꾸준히 정책을 펴나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프랑스 내 이슬람계 인구가 수백만명이라고 하더라도 급진파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슬람계 주민에 대한 일상적인 차별과 이들의 열악한 생활환경은 급진파의 목소리가 커질 토양을 제공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는 불황으로 백인 근로계층의 박탈감이 커진 것도 반이슬람 정서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공격받은 주간지가 심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반이슬람 만화를 되풀이해서 실은 것도 문제가 있다. ‘표현의 자유’가 ‘갈등 유발의 자유’일 수는 없다.

우리 사회는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미 170만명을 넘어선 국내 외국인 가운데 많은 사람이 불안하게 살아간다. 유럽 나라들이 이슬람 과격파의 테러 및 이슬람포비아와 씨름하는 것을 남의 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