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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뻔한 질문-답변 오가는 신년회견 안 된다

등록 2015-01-08 18:38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것 자체가 꼭 1년 만이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마치 ‘가뭄의 단비’처럼 여기며 반색하는 풍토부터가 불통 국정운영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신년 기자회견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향 등을 설명하고 그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정작 ‘쌍방향 소통’의 요체라 할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은 시간이 턱없이 짧고 질문자 수도 한정돼 있다. 지난해처럼 ‘사전 각본 회견’으로 다시 물의를 빚는 일이야 없겠지만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신년 회견에 임하는 청와대의 기본자세가 마음을 활짝 열고 국민과 소통하려 하기보다는 마지못해 치르는 통과의례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방패가 두꺼울수록 창은 더욱 날카롭지 않으면 안 된다. 뻔한 답변이 예상되는 맥빠진 질문, 가짓수만 많을 뿐 싱겁기 짝이 없는 질문, 대통령이 원하는 ‘멍석 깔아주기’ 식 질문 등으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 “대통령님은 퇴근 후 관저에서 무얼 하시나요?” “희망이와 새롬이 진돗개”가 어쩌고 하는 식의 한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서는 지탄만 받게 될 것이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퇴근 후’가 아니라 ‘근무 시간’에도 관저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이유,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집무실에 정위치하지 않아 비서실의 대면보고마저 받지 않은 문제 등을 꼬치꼬치 따져 속시원하게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

최근 국정 현안으로 떠오른 비선세력 국정개입 의혹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인사까지 챙긴 경위 등을 대통령 본인의 육성으로 직접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민정수석실의 보고에 따른 것’이라는 따위의 설득력 없는 해명을 넘어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긴장된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대통령 신년 회견의 의미가 살아난다.

대통령 기자회견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출입기자들부터 관행과 타성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질문자 선정과 질문 내용 확정 등 모든 것을 새롭게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백악관 출입기자인 헬렌 토머스는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은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번 신년 회견에선 송곳처럼 날카로운 질문, 대통령이 진땀을 뻘뻘 흘리게 하는 질문을 보게 되길 기대한다. 이는 대통령과 국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한 것이며, 결국 대통령에게도 득이 되는 것임을 청와대와 기자들 모두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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