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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굴뚝 위 노동자의 절규에 쌍용차가 답할 때다

등록 2015-01-09 18:40수정 2015-01-09 21:13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경기도 평택 쌍용차공장 내 70m 높이의 굴뚝에서 곧 네 번째 주말을 맞는다. 11일이면 그들이 일터로 복귀를 호소하며 ‘굴뚝 농성’을 시작한 지 30일째다. 시민사회에선 다시 쌍용차 해고자들에 대한 관심과 지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회사 쪽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쌍용차 쪽은 굴뚝 농성 두 사람을 6일 형사고소하고 퇴거단행 가처분 신청을 냈다. ‘농성 하루당 100만원씩’에 해당하는 간접강제금 부과도 법원에 신청했다. 회사와는 상관없는 외부인의 무단침입으로 불법 농성이라는 게 회사의 주장이다. 회사 경영진은 엄동설한에 떨고 있는 옛 동료에게 따뜻한 손을 잡아주기는커녕 찬물을 끼얹고 있는 셈이다.

쌍용차 평택공장은 2009년 2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쫓겨난 뒤로 사시사철 얼음의 땅이 되어버렸다. 지난 5년여 동안 생존권을 호소하는 해고자와 가족들의 처절한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만 울려 퍼졌을 뿐이다. 그새 절망에 빠진 해고자와 가족 26명이 자살이나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법원은 경영권이라는 이름으로 회계조작 의혹까지 무시하며 대규모 해고를 적법하다고 못박았다. 쌍용차 해고자들에겐 노동자 권리가 얼어붙어 버린 땅 위나 칼바람 부는 고립된 굴뚝 위나 다를 게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시간이 갈수록 해고자들의 고통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겨레>가 금속노조와 함께 지난 연말 해고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해고 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41%나 줄었고, 모자란 생활비를 빚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어 가구당 평균 빚이 5276만원이나 늘었다고 한다. 그리고 10명 가운데 7명꼴로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의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것이다.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될 우리 이웃의 아픈 현실이다.

쌍용차는 13일 소형 스포츠실용차(SUV) ‘티볼리’를 공개하는 뜻깊은 행사를 연다. 이 행사에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참석해 쌍용차의 새로운 도약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 회장은 2013년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과의 면담에서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해고자 복직을) 좀더 전향적인 자세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마힌드라 회장은 신차 발표 이전에 굴뚝 위 해고노동자에게 먼저 이 약속의 이행 여부를 밝혀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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