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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콩가루 청와대’ 민정수석 항명 사태

등록 2015-01-09 18:40수정 2015-01-09 18:40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거부한 뒤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일종의 ‘항명’이자 ‘하극상’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김 수석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가 출석하라고 지시를 했는데도 본인이 출석할 수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수석이 비서실장의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멋대로 사표를 내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비서실 공직 기강 확립’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시점에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공직기강을 맡은 민정수석실 수장이 앞장서 항명을 저질렀다. 한마디로 ‘콩가루 비서실’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김 수석의 사의 표명에서는 국회 경시를 넘어 ‘국회 증오’의 감정마저 느껴진다. 국민의 공복으로서 국민의 대표기관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식은 눈곱만큼도 없다. 하지만 그가 사표를 냈다고 해서 국회 출석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앞으로 국회가 그의 출석을 결의하면 ‘전직 수석’의 자격으로라도 마땅히 국회에 나와 국민의 궁금증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뒷수습 기회를 날려버린 이유를 비롯해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한아무개 경위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회유·협박 의혹 등 그가 증언할 내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호성 제1부속 비서관과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 등 ‘문고리 권력’들이 국회에 나오지 않은 사태도 간과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특히 안 비서관은 경찰 인사 개입 의혹마저 받고 있는 처지인데도 새누리당은 한사코 이들의 국회 출석을 막는 방패 노릇을 했다. 새누리당이 그들을 ‘성역’으로 떠받드는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들을 국회로 부를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대통령 눈치 보느라 청와대 비서관 하나 제대로 국회에 부르지 못하는 참으로 한심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김기춘 실장은 이날 오전 국회 운영위에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송구하다”고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무 자세와 기강을 철저하게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말이 나온 지 몇 시간도 안 돼 항명 사태가 빚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가 계속 비서실장 자리에 연연하는 창피한 모습을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그는 진작 물러났어야 할 자리에 너무나 오랫동안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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