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경제’라는 말을 42차례나 언급하는 등 기자회견 내내 경제문제에 큰 비중을 두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올해가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구조개혁과 창조경제, 내수확대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별다른 울림이 없다. 아니, 실망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까지 해오던 것으로, 엄중한 국내외 경제현실을 타개할 비전을 찾아보기 어렵다. 중산·서민층의 팍팍한 살림이 피게 할 방도는 더더욱 눈에 띄지 않는다. 이래 가지고 박 대통령이 얘기한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공공, 노동 부문 등의 구조개혁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노동 개혁은 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정규직의 고용보호 완화에 무게를 실은 채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 스스로 “비정규직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무거워진다 … 비정규직은 열심히 일하고도 정규직보다 적은 월급을 받고 계약이 끝나면 일자리를 잃을까 봐 마음을 졸인다”고 얘기하면서도 말이다. 게다가 복지제도가 취약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의 이런 개편 방안을 노동계가 순순히 받아들이고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박 대통령의 상징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창조경제는 여전히 실체가 모호하다. 구호 이상의 것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그르지 않다. 내수확대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내기에는 대책이 미흡하다.
그런 반면, 박 대통령은 빈부격차와 소득 불평등 현상을 줄이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다시 들먹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경제민주화도 마찬가지다. 취임 초기에는 조금 신경을 쓰는 듯하더니 지금은 언급조차 꺼리고 있다. 중산·서민층이 미래에 대한 희망의 근거를 찾기가 힘겨울 수밖에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