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대적인 민간 주택임대사업 육성 계획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6개 부처는 1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새해 업무보고에서,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지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임대기간 8년 이상의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중산층 주거 안정 방안이라고 하지만 미덥지 않을뿐더러 실효성도 의심스럽다. 오히려 건설사 등 부동산업계의 숨통을 터주기 위한 경기 활성화 방안으로 보는 게 어울릴 듯하다.
기업형 임대사업은 300채 이상의 새 임대주택을 건설하거나 100채 이상 기존 주택을 매입해 8년 이상 장기임대하는 것이다. 특별법으로 입지와 금융, 세제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혜택을 줘서 민간 기업의 사업 참여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국토교통부는 민간 사업자에게 연 5~6%의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주겠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하면 자금력이 있는 기업이 나서 한꺼번에 많은 물량의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할 가능성은 있다. 또한 당장 집을 살 능력이 없는 중산층은 주거 선택 폭도 좀더 넓어질 수 있다.
문제는 민간 주택임대사업이 활성화되더라도 전체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는 데 있다.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의 주거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장기 집값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 등에 따른 구조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주택 수요자의 구매력에 견줘 지나치게 높은 집값 수준도 문제다.
이런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 채 품질 좋은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봐야 중산층 주거비 부담은 줄어들기 힘들다. 민간 사업자에게 연 5%가 넘는 임대수익률을 보장해주려면 그만큼 세입자에게 부담을 떠넘겨야 한다. 그만큼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다면 차라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나 공공기금을 활용한 임대주택 건설이 더 바람직하다. 사업 수익을 재투자함으로써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주거 복지 또는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목표로 내세워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동산 시장을 띄우기 위한 공급 위주의 주택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 주거 안정과 주거 복지만큼은 공급자의 논리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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