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의 월성원전 1호기를 10년 더 운전하도록 허가할지 여부를 논의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전체회의가 15일 열린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 허가를 신청한 2009년 12월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법정 심사기간인 18개월을 3배 이상 넘긴 것은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고리1호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둘째로 오래된 월성1호기는 2012년 12월로 설계수명 30년을 맞아 현재 가동중지 상태다.
정부와 한수원은 2007년 수명연장을 결정한 고리1호기에 이어 이 노후원전의 재가동을 밀어붙일 태세다. 그 근거는 원자력 전문가들의 안전성 평가 결과다. 지난해 10월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월성1호기가 10년 더 운전해도 안전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원안위가 6일 발표한 최악의 자연재해와 극한적 상황을 상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보고서에서도 원자력안전기술원 검증단은 “1만년 빈도의 자연재해에도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원안위가 이런 자기들끼리의 기술적 안전성 검토를 근거로 수명연장을 결정한다면 결코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스트레스 테스트에 참여한 민간 검증단은 비상상황에서 운전원과 각종 장치가 탁상에서 시험한 것처럼 작동할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검증단은 32가지 안전 관련 개선을 마친 뒤 계속운전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월성1호기 주변 30㎞에는 울산, 포항, 경주 시민 133만여명이 산다. 이들은 지난 30년 동안 이 원전에서 52차례나 가동정지 사고가 났고 미량이지만 일상적으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누출돼 왔으며, 이 일대가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가장 잦은 불안정한 지층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들에게 그동안 핵심 정보는 전혀 공개하지 않으면서 전문가의 보고서만 믿으라면 신뢰가 갈 것인가.
애초 수명연장 심사 대상에 안전성만 들어 있을 뿐 경제성과 사회적 수용성이 빠진 것도 문제다. 국회예산처는 보수적인 추산으로도 월성1호기를 계속 운전하면 2500억~5000억원의 손해가 날 것으로 추정했다.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요구한 개선사항을 충족하면 적자 폭은 더 커질 것이다. 한수원이 심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5600억여원을 들여 대대적인 설비교체를 한 것도 계속운전의 빌미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웃나라 일본에선 운전을 개시한 지 40년 정도가 되는 원전 5기의 폐로 방침을 확정했다고 한다. 우리만 너무 무감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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