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마세요.”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일어난 인천 송도국제도시 어머니들이 15일 릴레이 시위에 들어가며 내건 문구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도 이처럼 끔찍한 사건이 터진 뒤에야 새삼 되새기게 된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반짝 관심을 갖다가 잊어버리는 어른들의 고질적인 무심함이 부끄러워진다.
어린이를 보살피는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더욱 경악할 일이다. 2013년 확인된 아동학대의 8.7%(591건)가 양육시설에서, 이 가운데 202건이 어린이집에서 발생했다. 혹시라도 가정에서 학대당하는 아이는 없는지 살피는 등 어린이 보호의 첨병이어야 할 보육기관 종사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현실은 우리의 아동보호·보육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병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보육교사 자격증 발급부터 민간기구인 한국보육진흥원이 맡고 있다. 인터넷 강의만 들어도 자격증을 딸 수 있을 만큼 자격 요건과 심사가 부실하다. 어린이집 평가 인증도 이 기구가 담당하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어린이집이 지난해 100점 만점에 95.36점을 받았다니 아무 소용이 없는 인증제도인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핵심적인 감독업무를 민간에 떠넘겨놓고 있다가 막상 사건이 불거지자 운영정지니 자격정지니 뒷북을 치고 있다.
어린이집을 돈벌이 수단쯤으로 여기는 운영자들의 비뚤어진 행태도 도마에 오른 지 오래다. 2013년 경찰 수사로 서울·경기 일대 어린이집 700여곳에서 300억원대의 공금 횡령이 드러나고 핵심 피의자인 새누리당 소속 구의원이 구속되기도 했다. 어린이집 운영이 전형적인 이권사업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각종 규제도 운영자들의 집단적인 목소리에 막히기 일쑤다. 이렇다 보니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 무자격 교사 고용, 질 낮은 보육 서비스 등 아동학대의 씨앗이 광범위하게 퍼지게 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부모들은 안심하고 자녀를 보낼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요구해 왔지만 2013년 현재 5.3%에 그치고 있다. 정부·여당은 ‘무상보육’을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공짜복지’라며 스스로 발등을 찍는 등 보육정책에 대한 철학의 빈곤을 드러내 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세월호 참사 이후 최고의 충격”이라며 특별 대책을 주문했다니 지켜볼 일이지만, 폐회로텔레비전 설치 등 미봉책에 그쳐선 안 된다. 지금도 심장이 떨리고 있을 부모들의 마음으로 보육정책의 새 틀을 짜야 한다. 아이들을 보살피는 건 국가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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