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5일 올해 경제성장률이 애초 예상보다 0.5%포인트 낮은 3.4%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불과 20여일 전에 나온 정부의 전망치(3.8%)를 비롯해 대다수 기관들의 그것보다 상당히 낮은 수치다. 한은의 이번 전망치가 지난해 4분기(10~12월) 성장률 잠정집계치를 토대로 산출한 것이어서 현실 반영도가 좀더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애초 생각한 것보다 나빠지는 상황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세계은행이 며칠 전 올해 세계성장률 예측치를 하향 조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그럼에도 너무 주눅이 들 필요까지는 없다는 게 한은의 메시지 같다. 올해 경제 기상도가 잿빛으로만 그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지난해(3.3%) 정도는 되는데다 잠재성장률 수준에 부합할 것이라는 게 그 근거다. 지금 세계경제의 현실을 생각할 때 그리 나쁜 성적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의 전망치가 그대로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낙관은 위험하다. 무엇보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이 이렇다 할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서다. 내수 부진이 계속되면 수출 등 다른 부문과의 선순환의 고리가 약해져 경제구조가 튼실해질 수 없다.
성장세가 약해지면 중산층 이하의 살림이 펴지기는 더 어렵다. 특히 서민층이 큰 타격을 받기 마련이다. 일자리가 기대한 만큼 늘어나지 않아 벌이가 신통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은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42만명으로 지난해(53만명) 실적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고, 정부도 감소세를 예상한 바 있다. 이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 등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내수 중심의 업체를 포함해 적잖은 기업들이 힘겨운 상황을 맞을 개연성도 적지 않다.
그런 만큼 정부와 한은이 우울한 경제전망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활용할 여지는 없는지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다. 임금인상을 통해 총수요를 증대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실질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해 내수 진작 등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노동·금융시장 등의 구조개혁도 추진 방식과 순서, 속도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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