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4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사 전횡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고 한다. “진상조사단 활동을 통해 박 시장의 권력사유화 의혹 등을 철저히 확인하겠다”는 게 새누리당 설명이다. 이를 위해 국회 안전행정위와 국토위,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 7명을 차출했다. 주요 국정 현안이 켜켜이 쌓여 있는 시기에, 야당 출신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국회의원을 대거 동원하는 새누리당은 도대체 집권여당으로서 자격이 있는 건지 묻고 싶다.
물론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서울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에게 중대한 문제가 있다면 국회가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지금 새누리당에서 문제삼는 것은 보은·낙하산 인사 의혹이 거의 전부다. 진상조사단 간사를 맡은 이노근 의원은 “박 시장이 공개채용해야 하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 대표 등을 내정한 것은 맞지 않다. 서울시엔 시민단체 출신이나 시장 측근, 코드 인사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정도의 사안이라면 서울시의회에서 따지고 추궁하는 게 타당하다. 필요하면 감사원 감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 시의회가 다룰 사안까지 국회의원들이 나서는 건 다른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할 건 서울시정이 아니라 바로 현 정부의 난맥상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이다. 대통령 출신 학교인 서강대 금융인들 모임(서금회)이 은행권 인사를 쥐락펴락하며 독식한다는 비판이 비등한데도 정작 새누리당은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더 큰 국정 문란엔 눈을 감은 채 서울시 산하기관 인사를 추궁하겠다는 건 한편의 코미디다. 그런 처신을 하니, 청와대 행정관이 집권여당 대표를 농락해도 딱히 할 말이 없게 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뜬금없이 진상조사단을 구성한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박원순 시장이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노근 의원은 “유력 대권주자라고 (검증을) 하지 말라는 특혜가 어디 있느냐”고 속마음을 솔직히 토로했다. 대선이 아직 3년 가까이 남은 시점에서 벌써부터 야당의 잠재 후보를 흠집 내고 공격하는 여당이라면, 도대체 국정은 어떻게 끌고 가려 하는 건지 걱정이 앞선다. 더구나 박 시장은 아직 대선에 나오겠다는 말을 한 적도 없다. 국민의 삶보다 수년 뒤의 선거 득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당을 정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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