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당대표 선거전이 가열되고 있다. 18일 열린 광주·전남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는 친노 그룹과 호남 문제를 놓고 격한 설전을 벌였다. 이인영 후보 역시 세대교체론을 내세우며 다른 두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지난 16일엔 박 후보 캠프가 문 후보 쪽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제기한 적도 있다.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정치의 속성상 차기 대표 경선이 한점 잡음 없이 조용히 넘어가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지금 야당의 선거전은 국민 우려를 자아낼 정도로 도를 넘어섰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당내 분위기는 과열 양상을 띠는데 바깥의 국민 관심은 여전히 냉랭하다는 점이다. 이 불균형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새정치연합이 처한 근본 과제라 할 수 있다.
차기 대표를 노리는 세 후보는 점점 노골적으로 공격 수위를 높여가는데도 왜 국민은 눈길을 주지 않는 걸까. 그건 세 후보가 국민의 마음을 흔들 만한 혁신적인 집권비전과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후보들이 ‘친노 패권주의 논란’이나 ‘호남 지역주의 논란’을 놓고는 아슬아슬하다 싶은 정도로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면서도 “이렇게 하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이길 수 있다”는 설득력 있는 플랜을 제시하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계파나 지역 문제는 상대방을 공격하기엔 매우 좋은 소재일지 모르나, 단지 그것만으로 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사로잡을 수는 없다.
국민은 지금 상황에서 친노냐 아니냐, 호남이냐 아니냐로 편가르는 게 야당의 집권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다. 친노든 호남이든 아니면 또다른 정치세력이든, 하나로 끌어안아야만 정권교체의 길이 보인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다. 그런데 세 후보가 이걸 위한 현실적인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니, 국민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세 후보는 지금이라도 계파나 지역 문제에서 추상적인 언어가 아니라, 당 안팎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구체적인 집권구상을 밝혀야 한다. 이걸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건 야당에 도움이 될지언정, 표 떨어진다고 걱정할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최저치인 35%까지 떨어졌는데도 국민이 제1야당의 전당대회에 눈길을 주지 않는 참담한 현실을 세 후보는 무겁게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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